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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 제가 연구하는 분야 최대 국제 학술대회인 CHI(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에 참석하기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다녀왔습니다. 저의 연구분야인 HCI(Human-Computer Interaction)는 사람과 기술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공학·심리학·디자인 등 다양한 배경의 연구자들이 있는 융합 분야입니다. 최근 몇 년간은 AI와 사람이 어떻게 함께 일하고 소통할 수 있는지가 분야의 핵심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연구실에서는 주로 LLM 기반 시스템을 직접 제작하고, 이를 실제 사람들에게 사용하도록 한 후 그 경험을 연구하는 user study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 다른 연구를 통한 아이데이션

CHI의 프로그램은 크게 세션, 워크숍/밋업, 포스터로 나뉩니다. 세션은 채택된 full paper를 저자가 직접 발표하는 자리고, 워크숍과 밋업은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소규모의 깊은 논의를 하는 자리입니다. 다른 연구자의 논문 발표를 들으며 제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유사한 연구에서 어떤 방법론을 택했는지 분석해 보기도 했습니다.

저는 주로 두 가지 주제에 초점을 맞춰 세션을 들었습니다. 요즘 관심 있게 연구하고 있는 멘탈 헬스 및 AI companion 분야, 그리고 새롭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인터페이스 분야입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연구 중 하나는 GenAI 인터페이스 관련 세션에서 들었던 Texterial: A Text-as-Material Interaction Paradigm for LLM-Mediated Writing입니다. 텍스트 자체를 물질처럼 다루는 새로운 인터랙션 패러다임을 제안한 연구로, LLM 기반 글쓰기 환경에서 사용자가 텍스트를 물리적 재료처럼 자르고 붙이고 형태를 바꾸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식을 focus group study를 통해 탐구했습니다. LLM 인터페이스의 패러다임이 단순 텍스트 입출력에서 햅틱, 모션, 현실 공간에서의 물리적 인터랙션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예상과 달랐던 첫 발표 경험

저는 이번 학회에 포스터 발표자로 참석했습니다. '초기 경력자의 직장 스트레스 관리를 돕는 multi-agent LLM 챗봇'을 주제로 발표했는데, 학부 때 심리학을 전공한 것과 주변 직장인 친구들의 경험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되어 연구 주제를 잡게 되었습니다.

 

포스터 발표는 넓은 연회장 같은 공간에 주제별로 포스터를 붙여두고, 관심 있는 사람이 다가오면 연구를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첫 발표라 여러 버전의 대본을 작성하고 연습해갔는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대본을 외워간 게 거의 무의미했습니다. 상대방이 즉석에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실시간으로 질문을 받으며 대화를 이어가는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관심 분야가 비슷한 연구자들과 1:1로 깊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3. 네트워킹

CHI에는 학술 세션 외에도 비공식적인 교류의 자리가 많습니다. 그중 인상 깊었던 건 KAIST Night과 SNU Night이었습니다. KAIST Night은 초대권으로 외부인이 함께할 수 있는 자리였고, SNU Night은 서울대학교 내 HCI 연구실이 한자리에 모여 교류하는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이틀 간의 네트워킹 파티에서 국내 연구자뿐 아니라 해외 연구실, 포닥, 네이버 AI 연구실 분들과도 교류할 수 있었습니다. 각자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연구실 분위기는 어떤지 같은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요즘 업계 트렌드나 커리어 방향에 정보 교류로 이어지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주니어 연구자나 학생 입장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나눈 것이었습니다. AI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것, 그리고 그게 결국 자신만의 경쟁력이 된다는 이야기가 특히 공감됐습니다. 


처음 발표자로 참석한 학회는 단순히 지식을 접하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논문은 온라인으로도 읽을 수 있지만, 같은 주제를 고민하는 연구자들이 전 세계에 있다는 것과, 그 사람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생각보다 큰 힘이 되었습니다. 다음 번에는 세션 발표자로 참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연구에 대한 동기부여를 많이 얻고 왔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을 위한, 실질적으로 현실에 적용 가능한 연구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었고, 이를 앞으로의 연구에 녹여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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